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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드라마

사랑을 시작하는 각자의 이유-영화 헤어질 결심

by 보라색 노트 2022. 7. 26.

1. 관람할 결심

필자는 극장은 1년에 1~2번 정말 보고 싶은 작품이 있을 때만 극장에 가며 대체로 예전에 상영했던 작품을 OTT 서비스로 시청한다. 최근 참치 오빠의 근황이 보여 영화 브로커가 아직 상영하는 곳이 있을까 싶어서 상영 목록을 보기 시작했다. 역시 보려고 했던 것은 이미 막을 내리고 그럼 요즘 트렌드 한 '탑건'을 볼까 싶었지만 역시 마음에 차지 않았다. 그러던 중 들어온 작품 박해일, 탕웨이 주연의 '헤어질 결심' 이 눈에 들어왔다. 주연의 조합만으로도 영향력이 대단해 보고 싶었는데 박찬욱 감독님이 작품이었다. 사실 박찬욱 감독님 네임벨류가 유명하지만 필자에게는 이름만 유명한 감독일 뿐이다. 아무튼 유명한 조합은 다 집어넣고 게다가 국적을 넘은 사랑이라니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국적을 넘은 사랑을 하고 싶은 필자는 아이디어를 얻고자 '헤어질 결심'을 예매하기로 '결심을 했다.

 

2. 영화 줄거리

암벽등반을 하다가 낙상사고로 목숨을 잃은 한 남자가 있다. 해준은 그의 아내인 서래를 피의자로 조사하게 되고 그녀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며 수사와 연애를 오가는 감정의 줄타기를 한다. 서래 또한 해준의 호의를 주는 대로 받는다. 서래에게 공정한 수사를 한다고 착각하는 해준을 보며 후배 수완은 답답해한다. 수사 중 식사를 고급 초밥을 사주지 않나 그녀가 용의자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국 정부의 서류를 입수했음에도 그녀의 사정을 들어주는 모습을 본다. 수완은 회식자리에서 "담배가 처음에 어렵지 두 번째부터 쉬운 것처럼 살인이 처음이 힘들지 두 번은 쉽다고 말한 건 선배야!"라며 해준에게 격하게 말한다. 그러나 결국 서래의 혐의는 무혐의로 끝나게 되고 이들의 관계는 더 가까워진다. 어느 날 서래의 바쁜 스케줄로 월요일 할머니 댁에 방문을 못하게 되고 해진은 대신 가주게 되면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3. 영화 감상평(약간의 스포일러)

"이렇게 까지 안 하면 당신을 만날 수 없어서 그랬어"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해준은 서래의 긴장하지 않고 수사에 담담히 협조하는 모습에 그동안 보았던 피의자와 다른 양상의 서래를 본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호기심을 갖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의 신분은 피의자이기에 형사로서 서래를 의심하고 수사를 한다. 잠복수사라는 명목 하에 그녀의 삶을 옆에서 관찰하며 이것은 형사인가 사랑에 빠진 남자인가 헷갈리는 상황까지 이른다. 서래가 상당히 예쁘긴 하다. 그럼에도 예쁨을 넘어 유부남인 해준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가 관객의 입장에서 궁금했다.  그 해답은 영화 후반부에 나온다. 진실을 알게 된 해준은 그녀와의 사랑을 끝내고 심한 불면증에 시달리며 아내가 사는 이포에서 살고 있다. 서래는 해준의 자취를 찾아 그가 사는 이포로 이사를 온다. 그와의 재회를 위해 꿈꾸고 행동하면서 말이다. 다시 만난 서래와 해준은 또다시 형사와 피의자로 만난다. 서래는 이포로 이사 가기 전 드라마를 보면서 따라한 대사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이렇게 까지 안 하면 당신을 만날 수 없어서 그랬어."

 

"내가 왜 서래 씨를 좋아한 줄 알아요? 긴장 안 하고 꼿꼿해서요. 당신처럼 긴장하지 않고 꼿꼿한 사람 흔치 않아요"

다시 만난 서래와 해준은 서래의 조상이 남긴 산에서 서래에게 자신이 그녀에게 끌린 이유를 얘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필자는 연애를 안 해본지도 오래됐고 연애를 잘 못하기에 도대체 인기 있는 사람, 끌어당김이 있는 사람은 어떤 매력이 있을까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로맨스 또는 멜로 영화를 보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해준이 서래에게 자신이 마음을 내준 이유를 말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았다. 나는 누군가에게 서래 같은 강렬한 인상을 준 적이 있었을까? 나는 서래 같은 상황에서 긴장하지 않고 꼿꼿함을 유지하여 누군가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사람이었나? 이런 생각과 함께 말이다.

반면 서래가 해준을 사랑하게 된 이유는 그와 달랐다. 성실하고 반듯해서 좋아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서로 좋아하는 시점의 차이로 누군가는 헤어질 결심을 할 때 누군가는 사랑을 시작하게 되는 비극이 이 영화의 여운 아닐까 싶다.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동기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지만 사랑의 타이밍 차이가 커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가슴 아프게 느낄 수 있는 이야기 아니었나 싶다.

 

영화를 본지 두 주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기억에 남는 영화였고, 대사가 여운에 남긴 하지만 내 머리가 100% 복기되지 않아 아쉬웠는데 각본집이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구매의욕이 솟구치고 있다. 아마도 이 여운이 지속된다면 8월 1일 구매의 검지 손가락이 일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